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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5.09 미국대학원 박사 과정을 고민한다면?
글
미국대학원 박사 과정을 고민한다면?
[본 포스팅은 고우해커스 멘토 송호준 님의 글을 재구성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안녕하세요, 가장 먼저 어쩌다가 미국대학원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적어 보고자 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의 환경/배경에서 자라 왔고,
경험을 했으며, 가치관/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임의의 누가 왜 어떤 선택을 했는지 듣거나 읽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흥미롭게 읽히길, 아직도 고민이 많은 누군가에게
결단을 내리고 움직일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적습니다.
결론부터 적자면, 막판에 준비에 뛰어들게 되었을 때는 오히려 뚜렷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예전에 하고 싶어했던 거니까 마저 하자. 해서 떨어지면 그만이다!
가서 별로면 그만두면 그만이다! 아직 시도해 볼만큼 젊다! 하는 안일한 생각이었죠.
그래도 출국을 앞두고 있는 현재까지는 하길 잘 했다고 생각 중입니다.
1. 미국대학원 유학을 언제부터 생각했었나
뚜렷한 계기 없이, 어렸을 때부터 가졌던 선명한 (그렇지만 다소 근거 없는) 꿈이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과학이 재미있었고,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고,
큰 세상을 다녀와 보고 싶어서 미국에서 한 번은 공부를 꼭 해 보고 싶었습니다.
'미국이 더 넓은 학문의 세계다' 라는 말을 어른들에게 주워 들은 영향도 분명 있었을 겁니다.
그래도 과학을 평생 하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정말 진심이었고, 제 것이었습니다.
2. 큰 세상
고등학교와 대학교 연구실에서 선행 미국대학원 연구 논문을 읽고 실험을 하게 되면서
미국이 큰 세상이라는 게 실감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세부 분야를 건드리든 소위 말하는 빅가이 (혹은 대가) 들은 거의 대부분 미국에 있고,
그들의 제자가 다음 세대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게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네트워크는 그에 비하면 훨씬 미약하고, 때로는 종속적인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습니다.
가령, 제가 속한 분야인 화학에서는 화학자들의 가계도(pedigree)가 그려져 있는 웹사이트가 있습니다.
(사이트 이동하기) 제 학부 시절 지도교수님을 검색해도,
그 위 '부모님' 혹은 '조부모님'들은 거의 미국 출신이거니와,
그 이름들 중에는 눈에 띄는 이름들도 많이 보이곤 합니다.
어릴 때 놀이터에서 노는 다른 동네 친구들을 보면서 '나도 저기서 같이 놀고 싶은데' 하는 마음을 갖다가,
용기 내서 "얘들아 같이 놀자" 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ㅎㅎ
진행되는 미국대학원 연구의 스케일과 생산성도 차원이 다른 게 느껴졌습니다.
진행되는 미국대학원 연구의 스케일과 생산성도 차원이 다른 게 느껴졌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아무래도 돈입니다. 화학을 자동차 연구로 비유하자면,
"자동차를 만든다" 가 주제라면 지원이 풍부한 곳에선 엔진/뼈대는 편하게 사고 중요한 부분에 집중할 수 있지만,
지원이 부족한 곳에서는 철판부터 두들겨야 합니다. 이는 생산성의 차이로 이어지고, 다시 지원 규모 차이로 이어집니다.
어느 나라나 이런 선순환/악순환은 있겠지만, 한국과 미국은 전반적인 지원 규모 차이가 큰 것은 사실입니다.
미국대학원 논문을 읽다가 복잡한 분자나, 만들기도 구매하기도 어려운 물질들이 나왔을 때 '이걸 어떻게 구했지?' 하고 읽어 보면,
많은 경우에 "It was kindly donated by Prof. ABC..." 이런 식으로 표현될 때가 많습니다.
3. 약간 시들해진 학부 시절 & 뒤늦게 찾아온 고민
대학에 오고 나서 처음 1~2년간은 시들해졌습니다. 흔히들 '대2병'이라고 하지요.
그러다가 미국대학원 랩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재미가 다시 좀 붙었습니다.
① 앉아서 하는 공부 (어디 쓰일지도 모르겠던 공부) 보다는 연구가 재미있다고 느꼈습니다.
실험실에서 실험하는 게 나쁘지는 않았고, 가끔 결과 잘 나올 때 & 논문 나올 때의
소위 '뽕맛'은 연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겁니다.
② 솔직히 말하자면, 멈추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멈추자니 겁이 나서 뭔가 (=실험을) 열심히는 해야 했습니다.
③ 줄곧 유학 가고 싶다고 생각을 "해 왔으니까", 즉 관성이 저를 밀어 붙이기도 했지요.
관성이란 게 참으로 위험합니다. 일단 뭐든 정하면/주어지면 열심히 하던 게
습관이었던 이십 대 초중반의 애어른이었으니까요.
일단 하던 대로 열심히 하는 것은 한 잔의 술과 같아서 약간 취한 채로 고민을 다음날로 미룰 수 있는 핑곗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작용이 크면 반작용이 크고, 용수철은 많이 누를수록 높이 튀어오릅니다.
팽팽하게 당긴 고무줄이 끊어졌을 때 더 따갑죠.
학부 9학기가 끝나고 군복무를 시작했기에 또래에 비하면 늦은 편이었습니다.
수 년간의 관성이 사라지고 난 이 때에야 비로소 고민이 실체화되었습니다.
원래는 구르던 방향으로 구르면 됐는데, 이젠 어디로 굴러가지?
실험을 수 년간 열심히 했기에 이제 질렸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았는데 참았던 거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내 길이 아니리라는 의심이 커졌고, 다른 옵션을 고려할 마지막 타이밍이라고 느꼈습니다.
이과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눈을 돌려 보는 것들로요.
살면서 당연히 과학만 바라봤다가 뒤늦게 주변을 둘러보니 좀 충격이었습니다. 남
들보다 몇 달 늦게 탕후루 처음 먹어 보는 사람처럼요.
4. 어느새 찾아온 미국대학원 선택의 시간
정신 차려 보니까 복무가 끝났습니다. 2023년 더운 6월 말의 여름날,
아직 확신은커녕 피상적인 결론도 지어놓지 않았는데 어느새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몸을 움직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던 게 있었으니까 마저 준비해 보려고요.
안 하면 후회가 될 것 같았습니다.
오랫동안 공부하고 연구 실적을 쌓았던 것도 아깝기도 했고요.
떨어지면 그만이고, 미국대학원 되면 가서 보고, 아니면 돌아오자 하는 마음으로 애써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가까운 TOEFL 시험을 예약하고 7월 해커스 GRE 수업을 등록했습니다.
그런데 또 사람이라는 게, 하다 보면 재미도 붙고 잘 하고 싶어지고 열심히 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학교와 프로그램을 리스트업하면서 거의 1.5년 만에 논문도 열심히 읽고, 랩 서칭도 하고,
제 분야의 연구 동향도 보고 하다 보니 재미가 붙더라고요.
제가 질렸다고 생각해 피했던 걸 다시 돌아봤을 때 '재밌다'하는 생각이 들었고, 오랜만에 다시 설렜습니다.
꼭 좋은 학교 좋은 교수님 밑에서 좋은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아직 고민 중이시라면
미국대학원 유학 준비에는 시간과 노력이 적게 들지 않습니다.
TOEFL 성적이 만들어져 있지 않다면 그것부터 시작이겠지요.
GRE가 필요하다면 그것도 준비해야 합니다.
학교, 학과, 프로그램을 리스트업하고 랩서칭하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연구 경험이 많아 실적이 좀 있고 추천서를 써 주실 교수님들이 이미 확보가 되어 있다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SOP에 채워 넣을 내용도 계속 고민하면서 추천서도 여기저기 부탁드려야 합니다.
지원할 학교에 컨택도 해야 하고요. 12월에 SOP, PS 쓰고 원서 넣을 때는 정말 정신이 없고,
인터뷰 기간까지 합치면 이듬해 2월까지는 정신이 없습니다.
어떤 이유가 되었든 미국 유학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시라면, 그리고 안 하면 후회가 남을 것 같다면,
일단 도전해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저도 늦었다고 생각할 때 시작했고,
후회가 남는 부분도 많았지만, 거기서 한 달을 더 머뭇거렸다면 후회는 더 커졌을 테니까요.
지금이 시도하기에 가장 좋은 때입니다. 유학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큰 부담이 되는 GRE도,
요즘은 점수를 받지도 않는 곳이 더 많으니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미국 석박사 합격 후 준비 단계 A to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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